* 본 포스팅은 2016년 7월 29일 고려대에서 개최한 '한국디지털포렌식학회 하계 학술대회'와 2016년 12월 2일 대검찰청에서 개최한 '형사절차상 디지털 포렌식 발전방향'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을 종합하여 정리하였습니다.

** 본 포스팅의 내용은 특정 정치인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최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정보저장이 일상화됨에 따라 형사사건의 증거들도 디지털 증거나 디지털화된 증거를 문서로 출력한 형태로 제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디지털증거가 법정에서 인정되는 여부와, 그 범위에 관하여 논란이 계속되었다. 특히, 컴퓨터 문서 파일을 본인이 작성했더라도, 법정에서 “내가 작성 안 했다”로 우기면 증거로 인정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드디어 2016년 5월, 국회는 법무부와 대법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디지털 증거의 진정 성립은 과학적 분석 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나 감정의 방법으로도 인정할 수 있도록"하는 취지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였다.

그런데, 법안을 대표발의하신 분은 놀랍게도 이름이 낯익으신 분이다. 

(참고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촛불은 바람 불면 다 꺼져···민심은 언제든 변한다” 발언 영상 SNS서 확산)

간첩사건에서 디지털 증거가 채택이 안되는 일이 발생
간첩사건에서 디지털 증거가 채택이 안되는 일이 발생

이 사람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 20여년간의 검사생활 중 절반 가량을 공안검찰로 활동하였다. 그러다 보니 간첩사건에서 컴퓨터 증거를 제출하려해도, 법정에서 채택이 안되는 문제가 자주 발생했었나본데, 이후 본인이 국회의원이 되자 주도적으로 관련 법을 개정한 것이다. 이후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2016년 5월19일 본회의를 통과한다. 그는 간첩사건에 이 법안이 굉장히 유용할 것이라며 페북에서 자랑도 했다.

김진태의원이 법률 개정안 발의
김진태의원이 법률 개정안 발의

그런데 대표적 친박계 의원인 김진태씨의 본의와 다르게(?) 이 법안 덕분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서 ‘댓글’도 증거로 인정될 소지가 생겨 재판이 아직까지도 발목잡혀있고, JTBC에서 공개한 태블릿 PC의 주인이 최순실이라는게 밝혀지면서 해당 ‘디지털 증거’가 법정에서 인정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 검찰조사 및 탄핵정국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김진태 의원은 "남의 PC를 가지고 세상이 이렇게 시끄럽나"며 최순실 사태를 옹호했지만, 알고보니 그러한 법적인 토대를 깔아준 사람이 바로 본인이었다. 최순실은 부인했지만 검찰이 '객관적 방법'으로 태블릿PC의 주인이 최순실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고, 결국 이 태블릿PC에 들어 있던 각종 문서들은 국정농단 사태의 결정적 증거가 됐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더라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큰 증거는 멀쩡히 존재함에도 법적인 오류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될 뻔 했다. 시대적으로 정말 중요한 법안을 적시 적절하게 발의해주셨다.


이 글은 디지털 포렌식에 관련한 내용이므로, 더이상의 정치적 해석이나 설명은 생략한다.


형사소송법 [시행 2016.10.1.] [법률 제14179호, 2016.5.29., 일부개정]

2016 하계 디지털포렌식학회 학술대회 - 군산대 권양섭 교수님
2016 하계 디지털포렌식학회 학술대회 - 군산대 권양섭 교수님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 규정은 1961년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21세기인 지금의 정보화 시대에 맞춘 개정이 절실하였고 55년만에 실현된 것이다. 개정된 313조 제1항에 따르면, 피고인이 작성했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사진/영상 등의 정보로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돼 있는 디지털 증거까지 모두 전문증거(傳聞證據, 영어: hearsay)에 포함된다. 또한 같은 조 제2항에 따르면, 전문증거의 작성자가 공판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조사관의 증언,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진정 성립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능력이 인증될 수 있다.


여기에서 쟁점이 된 313조 전체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313조(진술서등) ①전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그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사진·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하여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  <개정 2016.5.29.>

②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진술서의 작성자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을 요한다.  <개정 2016.5.29.>

③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서류도 제1항 및 제2항과 같다.  <신설 2016.5.29.>

[전문개정 1961.9.1.]


구 형사소송법의 문제점을 개선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의미있는 개정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이메일이나 컴퓨터 문서파일 등 디지털 증거도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며, 즉 피고인이 법정에서 이메일이나 컴퓨터 파일 작성을 부인하더라도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의 증언을 통해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객관적인 방법'의 의미는, [대법원 2016.2.18, 선고, 2015도16586, 판결]의 해석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에 규정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제작된 영상녹화물 또는 그러한 영상녹화물에 준할 정도로 피고인의 진술을 과학적·기계적·객관적으로 재현해 낼 수 있는 방법'을 의미한다.

제313조 제2항의 '객관적인 방법'의 의미제313조 제2항의 '객관적인 방법'의 의미
제313조 제2항의 '객관적인 방법'의 의미

어쨌든 앞으로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됨에 따라 수사기관과 피의자/피고인 측 변호인 사이에 디지털 증거의 진정성과 무결성이 치열하게 다투어질 것이므로 디지털포렌식 전문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증거가 형사절차에 등장하면서 형사소송법적으로 새로운 법적 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증거 수집이나 분석, 조사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필요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근거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김진태는 사실 큰 그림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뉴스타운, 김진태 의원 대표발의 ‘디지털 증거법(형사소송법)’국회 본회의 통과

법률신문, ‘디지털 증거’ 증거능력 인정받기 쉬워진다

2016 한국디지털포렌식학회 하계 워크숍, 개정 형사소송법 제313조의 주요 내용과 쟁점(권양섭 군산대 교수)

2016 대검찰청 과학수사 국제학술대회, 형사절차상 디지털 포렌식 발전방향(김진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네이버 블로그,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 16586 판결

허팅턴포스트코리아,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남의 PC를 가지고 세상이 시끄럽다"며 최순실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더 엘(the L)뉴스, 대검, 2016 과학수사 국제학술대회 개최

뉴스300, 「형사소송법」일부개정 법률안 2016년 5월19일 본회의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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